라이나생명의 매각설을 계기로, 보험사가 파산∙매각∙인수∙합병되어 버리면 나의 보험계약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일반인의 경우, 누가 보험사를 인수하고 말고에 관심이 없다. 내 치아보험을 청구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라 여긴다. 누가 인수하든 내 보험은 그대로 지켜질 것이라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
지금껏 보험사가 망하고, 인수∙합병되는 일이 발생하면, 예금자보호법이 아니라,
보험계약 이전제도에 의해 (신)인수사가 기존 계약을 그대로 이어서 유지∙보장해왔다.
그런데, 이제 보험계약 이전제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생겼다. 이 제도가 바뀐다면 내 보험사가 망할 때 내 계약은 어떻게 될지 모르게 된다.
라이나생명이 매각되면 내 보험이 변할 수도 있다
라이나생명은 국내 치아보험 열풍의 장본인이다. 최근엔 보험대리점을 중심으로 라이나 무해지종신보험을 저축목적으로 판매하는 것 또한 열병이다.
그런데, 라이나 생명의 매각설이 피어오르고 있다. 라이나생명의 100% 지분을 가진 미국 시그나그룹은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푸르덴셜생명보험이 KB금융지주에게 매각된 사례가 있다.
보험사의 인수∙합병에는 [보험계약이전제도]가 가입자를 보호해왔다
내 보험을 지켜주는 제도로 예금자보호법에 관해 안내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 듯, 예금자보호법은 애초에 은행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은행의 안전장치에 보험사는 숟가락을 얹고, 증권사는 빠진 것이라 보면 된다.
보험가입자에게는 보험계약 이전제도라는 것이 추가로 있다.
보험사가 파산(예금자보호법이 발동)하기 전에, 인수∙합병이 일어나, 보험계약 이전제도를 통해 고객들의 보험이 보호되어 왔다.
지금껏 대한민국 보험의 역사에서 예금자보호법까지 발동해가며 고객이 구제된 적은 없다.
보험계약 이전제도가 사실상 보험상품에 있어 고객 보호의 일등 공신이다. 그럼에도 예금자보호법에 비해 민간의 인지도는 무척이나 낮다.
보험계약 이전제도란, 보험사의 업무 및 재산상황이 악화된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의 명령에 의하여 퇴출보험사의 계약을 우량한 보험사로 이전함으로써 보험계약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보호장치를 말한다. 계약이전이란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가 발동하는 행정처분의 일종이다.
계약이전 결정이 내려지면 금융감독위원회가 지정하는 다른 금융기관으로 계약(은행예금, 보험계약 등)과 자산(대출, 부동산)이 모두 넘어간다. 보험사의 경우 이 때 인수사에 퇴출사의 보험계약상 권리와 의무 및 책임준비금, 계약자이익배당 준비금 등 부채를 이전시킨다. 자산과 부채의 차액에 대해서는 예금보험공사에서 현물 또는 구조조정기금채권으로 출자한다.
고객들의 보험계약이 그대로 이전되었기 때문에 ① 보험계약자들에게 피해가 없었고, ② 인수사의 고용승계의무도 없었다. 간단히 말해 (구)피인수사가 (신)인수사에 인수되어도 보험계약들을 충실히 원래의 내용 그대로 이행해야한다는 제도이다.
지금껏 수많은 보험사들이 새로운 이름으로 바뀌어 왔다. 여기에는 인수∙피인수 기업들이 있었다. 그 때마다 국가적 환란이 없었던 것은 보험계약 이전제도 덕인 것이다.
(구)피인수사가 매각이나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데 보험계약이전제도가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다양한 채권자들의 틈바구니에서 보험계약자들도 함께 몰려들어 청산, 파산, 법정관리등에 들어가게 되지 않았을까.
보험계약 이전제도는 보험계약자에게 좋은 제도였을까
인수∙합병에 따른 보험계약 이전제도의 발동을 각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보험사가 파산하며, 예금자 보호법이 발동되는 경우라면,
- 보험가입자들은 ①보험이 해약되고, ②5천만원까지만 보상받고 ③그 이상은 손해를 입게 된다
- 예금보험공사는 그간 잘 쌓아 두었던 기금을 보험가입자들에게 내어 줘야 한다
그런데, 보험계약 이전제도를 활용하게 된다면
- 보험가입자들은 아무런 피해없이 계약을 이어가게 된다
- 예금보험공사의 입장에서도 보다 적은 돈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게 한다
예금자보호법으로 전체 가입자에게 5천만원까지 피해를 보상해 주는 것보다, 차액(자산-부채)만 채권으로 출자하면 되니까.
이렇듯 보험계약 이전제도는 보험가입자에게도, 예금보험공사에게도 유리한 제도였다.
그런데, 보험사에게는 좋은 것만은 아닌 악재에 가깝다.
(신)인수사의 경우, 과거에 판매된 고금리 상품들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삼척동자도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점치고 있다. 금리하락은 보험사에게 막대한 이차손을 발생시킨다. (구)피인수사는 이걸 이유로 매도가를 엄청나게 후려쳐지게 된다.
그러던 중, 금리의 급락을 실제 마주한데다, COVID19 감염병 사태까지 만나고 보니, 보험사의 인수∙합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매물사는 넘쳐나는데 인수사가 그다지 나서질 않고 있다. 매물로 내어 놓은 보험사가 팔리지 않고 시일을 끄는 것은, 상처를 키워가며 수술일자를 기다리는 것과 비슷할게다.
보험계약 이전제도는 보험사에겐 인수∙합병에 작지 않은 걸림돌이 되어 왔다.
보험계약 이전제도가 바뀌게 될테고, 그러면 내 보험계약도 변하게 된다
관련 링크: 계약이전 제도의 해외사례 비교 검토 - 보험연구원
위 리포트는 2019년 하반기에 발주되어 2020년 3월2일에 나온 보고서이다. 작년부터 제도 개정을 위한 군불을 떼기 시작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주요국은 각국의 상황에 맞는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를 도입하여 보험계약자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음
- 미국은 다수의 소액가입자를 보호하는 정책으로 계약이전 시 보험금의 총한도를 상품종류별로 차등을 두어 보호하고 있음
- 일본은 공동부담 원칙에 따라 계약이전 시 가입금액 또는 책임준비금의 크기에 상관없이 일정비율로 보호함으로써 모든 계약자가 일정부분 손실을 감수하여야 함
- 영국은 장기보험은 100%, 일반보험의 의무보험, 전문인배상책임보험, 계약자 사망 또는 장애보험은 100%, 그리고 일반보험의 기타계약은 90% 보장함
- 캐나다는 보호한도와 일정비율 보장을 혼합하여 소액가입자는 100% 보장하는 대신 고액 가입자는 일정부분 책임을 부담하게 함
보고서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미국은 금액별 구분, 상품별 구분을 두어 손해를 분담시키고 있다.
캐나다는 고액∙소액의 금액만을 구분하여 고액가입자에게만 손해를 분담시키고 있다. 한국의 5천만원 한도의 예금자보호법과 유사하다.
영국은 상품의 종류만 구분하여 손해를 분담시키고 있다.
일본은 동률의 손해를 모든 계약자에게 안긴다.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은 보험계약자도 손해를 보는데, 한국만 계약자가 손해를 입지 않는다는 얘기.
이는 건물주가 바뀌면 전세계약이고 뭐고 이전 주인과 맺은 계약은 무효라는 식이다. 전∙ 월세금이 오를 것이다. 이전 건물주의 잘못이 있었다면, 새 건물주에게 따져서도 안 되고.
보험계약 이전제도가 바뀌면 생길 일
보험사들의 인수∙합병시장이 좀 더 활성화 될 것이다
(구)피인수사는 당장에 더 받을 여지가 생기고, (신)인수사는 앞으로 나갈 돈을 아끼게 된다. 보험가입자의 고통 분담으로 보험사들이 행복해지는 스토리이다.
인수회사가 영영 나오지 않는다면 보험사는 청산∙파산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전체 가입자가 보험계약을 날리고, 예금자보호(국가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세금을 날리고)로 5천만원 이내의 금전만 보상 받을 뿐이다. 그런데, 인수자가 나오기만 한다면, 보험가입자로서도 보험계약 이전제도에 의해 조금이라도 더 선택지가 늘게 된다.
다만, 일본식 동률피해 분담 방식이 된다면, 소액가입자들은 오히려 청산∙파산이 되어 예금자보호법이 발동되길 시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보험사들의 모럴해저드가 커질지도 모른다
지금도, 한편으로는 매물로 내어두고 비밀에 부친 채, 다른 편에서는 호조건의 상품들로 흥행몰이를 하는 경우들이 있다. 매각 이전에, 또는 현직 CEO의 임기 안에 최대한 호조건의 상품들로 몸값을 올리는 것이다.
라이나생명도 이런 상황일지도 모른다. 역대 좋은 보험상품들 중 다수는 보험사가 매물상태일 때 나온 상품들이다. 그래도 이 상품들을 계약한 사람들은 (신)인수사가 약속을 지켜왔으니 보험가입자가 걱정할 일은 적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단기간의 호조건 상품이 그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로써 (구)상품이 (신)인수사의 발목을 덜 잡게 될 것이다. (구)피인수사로서는 더 쉽게 몸값 부풀리기용 상품에 손대고 싶어질 것이다. 가입자로서는 절판이라며 호조건 상품에 가입한 걸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이 절판상품을 (신)인수사에서 뜯어 고쳐 버리면 오히려 (신)인수사에게 서자 취급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이나생명의 내 치아보험과 무해지 종신보험의 청구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
치아보험은 소액이며 상품의 수명이 길지 않은 편이어서 청구에 문제가 적을 것 같다. 미국과 캐나다의 사례에서 보듯, 소액가입자는 전액 기존 계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일본식의 규모와 상관없는 동률 분담방식이 되면 달라지겠지만.
또한, 소액이라면 (신)인수보험사에 입힐 타격도 그리 크지 않다. 앞으로의 경영에 있어서도, 다수의 소액가입자를 만족시키고 소수의 고액가입자들과만 분쟁하는 것이 유리할 듯 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치아보험이 갱신형 구조를 갖고 있으니, 그대로 인수해도 갱신 시점에서 크게 올려버리면 그만이다.
무해지 종신보험의 경우는 어떠할까. 가입 당시의 금리조건을 그대로 지켜줄 수 있을까
① 현실적인 가정은 보험료가 오르는 것이다. 보험의 계리상, 향후의 보험료뿐만 아니라, ② 과거분까지 소급해서 더 내게 될 가능성마저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높아진 보험료를 내게 된다면 이 상품은 납기만기시에도 ③ 원금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혹여 저축으로 가입했다면 가입이유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객 스스로 ④ 해약하기에는 무해지보험의 속성상 손해가 너무 크게 될 것이다.
이외의 라이나생명의 대개의 상품은 갱신형 구조가 많으니 그대로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다음번 갱신시점이 두려울 뿐(이는 얼마든지 보험료를 올릴 수 있다는 조항이 원래부터 있었으니 계약 조건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이다.
인수∙합병 이전에 해 둔 계약은 괜찮은 걸까
일반적으로 보험이 나빠지기 전에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상품이 개악되기 전에 좋은 상품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보험사가 살아남았을 때 지켜질 약속이다. 실컷 다양한 약속을 한 이가 있는데, 그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 법인이 사라지는 것은 사람(자연인)이 죽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라이나생명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제껏 써내려온 이야기에서 라이나생명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보는 독자는 없으리라 본다. 보험사들의 청산∙파산∙매각∙인수∙합병에 관해서 보험사를 더욱 신중히 골라야 하는 시대가 왔다. ① 설계사만 보거나 ② 상품만 열심히 볼 일이 아니라, ③ 보험사마저 평가할 수 있는, 보다 크고 다각화된 전문적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사례의 고액가입자에게만 손해를 분담하는 원칙을 보면 알 수 있 듯, 고액가입자들은 특히 보험사의 안정성을 살펴야 한다.
변액보험을 많이 취급하는 이차손이 적은 회사를 권한다
내 대형보험사들이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다.
① 역사가 오래 되었으니 손해를 끼치고 있는 이자율이 엄청나게 높으며, ② 매출규모가 컸으니 그 피해 규모 또한 막대하다. 이 글을 대충 읽고 큰 보험사로 선택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이너라고 생각한 라이나생명이 ① 갱신형 비율이 높고 ② 고금리 영향이 적어 모두들 알짜매물이라고 말하는데는 반대편에 오래된 대형보험사가 있다.
중∙소형사라도 금리를 전면에 내세운 호조건의 상품(특히, 저해지/무해지)은 해당보험사가 매물로 나온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변액을 베이스로한 보험이 이차손의 영향이 적다. 이런 변액보험을 많이 판매한 회사가 좋을 듯 하다. 그런데, 변액보험은 또 다른 걱정거리를 수반한다. 바로, 고객의 직접적인 수익과 손해. 안전을 확정하자고 보험과 연금을 가입하는 데 자산이 변동이라니. 왼쪽 혹을 떼고 오른쪽에 혹을 붙이는 건지도 모른다.
갱신형 계약을 조심해야 한다
갱신형계약은 보험사를 견실하게 하여 피인수의 가능성을 줄이게 된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 보험가입자에게 그리 권할 만한 상품이 아니다. 그러고도 피인수되게 된다면 (신)인수사에서 얼마나 올려버릴지 가늠할 수 없다.
결론은 이런 보험사를 추천한다
위의 모든 것들을 종합해서 한 줄 결론을 내자면 ① 변액보험을 많이 판매하고 ② 변액보험의 꾸준한 성과가 좋은 보험사를 선택하는 것을 권한다.
지금 이 글이 필자의 지극히 우둔한 기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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