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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보험, 내가 앞 집 아주머니의 병원비를 내주고 있다니!

고령화로 인해, 병원에 자주 가고 약 타 먹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되었다. 앞집 아주머니도 병원을 들르는 것이 일과가 되어 있다. 그런데, 내가 그분의 병원비를 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비보험의 구조와 원리부터 개념적으로 이해하게 된다면, 이게 헛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동의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실비보험은 공동보험이다. 나만을 위한 보험이 아니기 때문에 나 말고 다른 사람 아픈 것으로 내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이다.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 한국소비자원

비갱신형 실비보험에 관해 먼저 아래를 확인하자

비갱신형 실비보험이 있을까

운전자보험이 비갱신형 실비보험이긴 하다. 운전자보험에 건강/상해 실비를 넣은 상품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운전자보험 자체가, 벌금, 형사합의금, 변호사 선임비용 등에서 발생한 비용만큼만 지불해주는 실비보험이다. 그런데 이는 법률/행정 관련 보험으로 사람의 나이등에 따라 갱신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이 글에서 묻는 실비보험은 건강/상해에 관한 상품일게다. 비갱신형으로 존재한다는 도시 전설을 듣기만 했지 한 번도 실물을 본 적은 없다.

운전자보험도 실비보험에 들어가지만, 이하부터는 일반적으로 일컫는 실비보험, 즉 건강/상해에 관한 상품으로 제한해서 풀어 가겠다.

언젠가 고객이 자랑스레 꺼내 놓은 우체국의 비갱신 실손 보험을 살펴 드린 적이 있다. 그런데, 증권엔 해당 문구가 없었지만, 약관에서 갱신이라는 문구를 찾아드렸다. 비갱신 실비보험이라며, 그 일대의 아주머니들이 많이 가입했다고 했다. 증권에 갱신형 문구가 없어, 창구 직원도 비갱신형이라며 판매했던 듯도 하다.

비갱신형 실손보험은 원리상 불가능하다

최근의 실비보험에서 가입 안내서의 문구를 살펴보자.

갱신형 실손 보험

①나이 증가 ②의료수가 변동 ③위험률의 변동에 의해 보험료가 변한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③의 위험률은 a.발병률과 b.실제 병원비를 포함하는 말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래를 따라가 보자.

정액보상 vs 실비(실손)보상

현재든 30년 뒤든, 1억 원을 주기로 한 정액보상의 암보험은 돈 가치가 어떻게 변했건, 그저 1억만 주면 된다. 그러려면, ①발병률과 ②정액 보험금 1억 원만 계산에 넣으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500만 원을 주면 되는데, 미래엔 얼마를 지급해야할지 모른다면 어떤가?

독자는 20년 뒤에 간암으로 수술비가, 입원비가 얼마나 들지 가늠할 수 있는가.

①발병율까지는 정액보상과 똑같이 산입하는데, ②지급할 보험금을 얼마로 해야할지 모르게 된다. 미래에도 암에 1억 원을 드리는 보험과 다르게, 실비보험에서는 암에 얼마를 지급해야 할지 모르니 갱신형으로 개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발병률은 통계적 방법으로 예측한다 치더라도 미래의 의료물가는 예측이 불가하다. 따라서 수십 년 이상의 미래의 실비를 10년, 20년 보험료를 받아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액보상은 비갱신형 상품의 개발이 가능하지만, 실손보상은 갱신형으로밖에 만들지 못한다. 반대로, 정액보상은 갱신형으로 만들 필요가 없는 상품인데도 보험사 좋자고 그렇게 만든 것이다!

보험사에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크다는 말도 사실이긴 하지만, 다음번 갱신 시에 충분히 올리면 그만이다. 사실은 손해라기보다, 선지급하고 뒤에 올리기 때문에 조금 불안한 거다.

그리고, 실손보험은 다칠 때 의외로 보장이 안 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아래를 살펴보자.


실손보험은 재해가 아니라 상해를 보장한다=보장이 작다

실손보험은 태생이 손해보험사이다 보니 재해가 아니라 상해란 단어를 쓴다. 생보사에서 가입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재해가 아닌 상해이다.

상해 보장이란 ①애초에 보장의 범위가 좁고, ②직업이나 탈 것의 변동 따위를 평생 알려야 한다. 직업이나 탈 것의 변화를 알리지 않았다고 보험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비보험은 공동보험이다

나만의 개인 보험이 아닐 수도 있다.

개인 계좌형이 아닌 부과형을 채택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비슷하다. 국민연금은 공동으로 모아둔 돈을 공동으로 쓰는 개념과 유사하다. 이와 달리, 개인연금은 나 자신의 계좌로 그 손익에 따라 나만 쓰게 된다.

실손보험은 같은 보험회사에 같은 상품을 가입한 사람들에게 넉넉하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러고선 갱신 시점에 1/n해서 가입자들 모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게 된다. 일견,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해 두고 불행을 겪는 사람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면에서 일반 정액보험과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10 집의 우애 좋은 가정이 있다 치자. 큰 경조사에 대비해서, 돈을 모아두고 있다 치자. 여기까진 그러려니 하는데, 아예 생활비까지 한 곳에 모아두고 알아서 빼 쓰기로 하면 어떻게 될까.

뭉쳐서 공동 기금이 된 이상,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다!

정액보험이란 전자인 "큰 경조사 대비"에 빗댈 수 있겠다. 실비보험은, 후자의 "생활비"를 “병원비”라고 바꿔서 읽어보면 딱 맞다.

경조사비 받자고 큰 일들을 만들어 내진 못 하지만, 생활비는 얘기가 다르다. 서로 보험금을 많이 받으려는 경쟁을 하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여기서 지급된 보험금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다음번 보험료 청구에 반영되는 개념이다.

지금껏 100%, 90%, 80%가 판매되었고, 2021년 8월부터는 70%의 실비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이 중에서, 서로 많이 타 먹으려는 경쟁이 심한 100% 실손보험에서는 이미 굉장한 보험료 상승이 일어나고 있다.

내가 앞집 아주머니의 병원비를 내주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