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생명보험의 재해와 손해보험의 상해의 큰 차이에 관해 분명히 해 왔다.
첫째는 보장범위가 다르며, 둘째는 유지조건이 다르다는 것이다. 보험에 식견을 가진 분들이 보장범위가 다른 것을 많이 강조하지만, 사실 그보다 계약 후 알릴 의무가 훨씬 큰 차이이다. 상해에선 계약 후 알릴 의무(통지 의무)가 보험의 유지 조건에 해당하는 데 그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자.
이 글은 아래 완벽 총정리 글의 일부입니다. 전체 내용을 함께 보길 권합니다.
음식점을 차렸다고 이미 잘 내어오던 보험료가 올랐던 사장님의 사례부터 다음에서 확인하자.
음식물 배상책임보험을 새로 가입하려는데 기존 보험에도 돈을 더 내라고?? 송씨
중고 컴퓨터 도소매업을 하는 부산의 송씨.
곰탕집 유행이 불며, 송씨는 아내가 주로 일할 곰탕집을 차리게 된다. 낮에는 아내와 도우미가 운영하고, 저녁부터는 송씨가 아내를 도울 참이었다.
식당업을 하려니, 손님들이 식중독 같은 감염병에 걸릴까봐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나에게 화재보험과 음식물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고자 했다.
이 부부를 대상으로 식당의 화재보험을 설계하고 청약서를 발행하려는데 에러 메시지가 떴다.
"직업 상이"
그렇다. 나를 알기 훨씬 이전에, 동일한 보험사(메리츠화재)에 상해 및 암보험을 가입하고 있었다. 기존 보험속 직업은 컴퓨터 도소매였다. 새로운 직업으로 음식점 경영자를 넣으려니, 기존 보험에도 계약 후 알릴 의무로 새 직업을 반영하지 않으면 음식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송씨는 떨떠름했지만 그러마하며 추가 직업을 구(舊)상품에 반영하는데 동의해 주었다.
이것이 손해보험계약의 [유지조건]인 계약 후 알릴 의무이다.
추가 직업을 알리자, 송씨에게 내려진 처분은 기존보험이 ① 앞으로 2만원 가량의 보험료가 오르고 ② 목돈을 100만원 가까이 내는 것이었다. 이른바 상해위험등급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결국 송씨의 결정은 보험사에 바뀐 직업을 통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추가직업을 통지하지 않아도 되는 제3의 화재보험사에 가입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무엇보다 듣도 보도 못 한 제도에 화가 난게다.
물론, 화재보험을 다른 회사에 가입하는 것과 무관하게 메리츠의 기존 계약에도 통지하고 정산해야 제대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씀 드렸음에도.
쉽게들 가입하는 운전자보험에서 일어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운전자보험을 가입하려다 오랜 기존보험을 깼다. 강씨
민식이법으로 운전자보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운전자보험의 중요성이 증대한 것은 사실이다. 내 삶에 큰 고비가 될 만한 위험은 보험으로 대비하는 것이 좋은데, 벌금과 합의금 규모가 대폭 커졌으니 운전자보험은 필수가 되었다.
민식이법에 대해 듣고 경각심을 갖게된 강씨는 내게 운전자보험을 의뢰해 왔다.
다시 한번 메리츠 전산에서 "직업 상이" 메시지를 접하고 한숨부터 나왔다. 십여년 유지중이던 기존보험 속 직업은 "총무부서 사무직". 현재의 강씨는 독립해 나와서 수산물을 유통하는 1인기업의 사장님이다. 보험사가 보기엔 "배송직".
강씨에게 내려진 처분은 ① 9,800원의 월납 보험료 상승과 ② 42만원의 일시금 납부와 ③ 상해입원일당이 3만원이던 것이 1만원으로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보험료는 오르고, 목돈 내고, 보장이 줄어든다고?? 그럼 내가 이 다음에 다시 사무직하면 돈 돌려주고 보장 올려주나?"
"돈은 일부 돌려 받으실 수 있는데, 보장은 복원되지 않아요" 내가 답변했다.
"그냥 깰란다" 황당함과 노여움에 내린 결정이다.
나중에 안 일인데, 강씨는 자신을 가입시키고 보험회사를 그만둔 지인에게 전화로 물었다고 한다.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그것 안 알려도 되는데. 교통사고나면 자동차보험으로 다 처리해 주는데." 였다고 한다. 알리고 비용 변동을 적용하지 않으면 새 계약이 안 된다고 하니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고 한다.
보험설계사를 지냈던 사람도 몰랐던 사례도 있다.
OO화재의 보험설계사를 지낸 조씨도 놀랐다
OO화재의 보험설계사를 그만둔지 반년 정도된 조씨. 다시금 이전의 직업인 부동산 컨설턴트 일에 매진하고 있다.
야심한 어느 날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이 유지하고 있는 보험들이 제대로 된 것이 아닌 것 같단다.
실적에 쫓겨 자기 보험을 과다하게 가입하고 그 정리를 도와달라고 하나보다 생각하고 만났다.
만나보니 자기보험을 많이 가입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모든 계약이 손해보험사의 상품이었다.
손보상품의 계약 후 알릴 의무에 대해 이야기해주니 눈이 동그래졌다. 믿지 못 하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딸아이의 보험서류에서 해당 문장을 찾아 보여줬다.
"그래도 앞으로 20년 정도는 학생일거니까 당분간은 괜찮은거네?"
"만약 따님이 무용이나 체조, 피겨스케이팅 같은 걸 하게 되면 알려야 해요. 그러면 보험료가 오르구요, 그러지 않으면 해지 당할 수도 있구요."
조씨가 갖고 있는 다른 모든 보험들에서도 해당 문구를 찾아 보여줬다.
"이런 거 아무도 안 가르쳐 주던데. 한번도 못 들어봤어. 나 보험회사 제대로 안 다닌거냐."
본인이 보험에 몸을 담은 적 있어서인지 분노의 정도는 덜 해보였지만, 황당함은 감추지 못 했다.
조씨가 보험사를 제대로 안 다닌 것일까. 난 조씨를 두둔하고 싶다. 오히려 조씨에게 보험을 가르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바뀐 직업으로 보험 혜택을 거절 당한 사례도 하단에서 확인해 보자.
병원에서 낙상했는데 직업변경이 무슨 상관?? 영도의 손씨 시어머니
부산 영도의 손씨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모든 가족의 보험을 관리해 드리고 있는 댁이라 보험금을 청구할 일이 생겼나 하며 전화를 받았다.
사건은 시어머니에게서 발생했다. 고부간이다보니, 시어머니의 보험까지는 내게 검토받지 못 했던 것이다.
첫 통화 이후 수일이 흐르고, 고객을 만나 상세한 내용을 들어보니 경악할 만하다.
시어머니가 병원 침대에서 낙상하여 골절을 입었고, 보험금을 청구했단다.
그런데 뜬금없이 보험사에서 조사를 나왔고, 직업이 바뀌었다고 얘기하더란다.
애초에 보험 가입하면서 직업 적었으면 됐지, 직업이 바뀌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했단다.
직업이 바뀌었는데 알리지 않았으니 계약 후 알릴 의무(통지의무) 위반이며, ① 골절보상을 받고 해지 당하시든지 ② 새 직업을 통지하고 정산보험료를 내시며 유지(이번 골절비는 포기하시고) 하든지, 택일을 강요받았단다.
바뀐 직업과 무관하게 발생한 일은 ①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와 ② 해지할 권리가 손보사에게 생긴다.
시어머니는 노발대발하며 이런게 어딨냐며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며 골절비를 받고 해지당해 버리셨다. 이렇듯 완납되고 보장만 보는 계약의 경우 가혹하게도 해지 처분이 비일비재하다.
며느리가 그래도 유지하자며 시어머니를 설득하려 했으나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단다. 어른께선, 작은 ① 골절비와 ② 해약환급금을 받고, 오래도록 유지한 보험 속 큰 보장들을 과감히 버리셨다. 고령의 어르신이 무보험이 되어 버리니 며느리의 한숨만 커져 버렸다.
계약 후 알릴 의무(통지 의무)는 재해와 상해의 가장 큰 차이이다.
관련 기사: 보험계약후 알릴 의무 - 금융감독원
모든 손해보험사의 상품에는 상해와 함께 계약 후 알릴 의무가 들어 있다. 생명보험사에는 없는 조항이다.
그런데, 모든 손해보험사가 추가 계약시에 기존보험에도 계약 후 알릴 의무를 강제 이행시키고 있지는 않다. DB손해의 경우 새로운 신계약이 들어가면서 기존의 계약과 직업이 판이하게 달라도 그냥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하다.
DB손해에 다수의 보험계약을 유지하던 어떤 사장님은 모든 계약 속 직업과 탈 것이 서로 달랐다. 이 분은 사고가 발생하면 일부에서는 보험금을 받을 수도 있고 일부에서는 못 받을 수도 있다. 중요한 갈림길은 ①보상액수와 ②완납여부가 되는 것 같다. 적은 금액은 그냥 지급하면서 남은 보험료를 마저 걷으려 들 것이다. 큰 금액은 직업변경 통지를 찾아내려 조사를 나올 것인데, 동일 보험사의 다수보험에 직업이 제각각이니 다 지급할 이유는 없다.
계약 후 알릴 의무는 3년이니 5년이니 하는 것이 없다. 심지어 보험료를 다 낸 이후에도 계속 알려가며 정산해야 한다.
이렇듯 손해보험 속의 상해에는 계약 후 알릴 의무가 들어 있다. 이걸 알리도록 안내를 드리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분들이 해약을 선택하고 있다. ① 1회성 목돈에 노여워했고, ② 향후 높아진 보험료에 상심했으며, ③ 향후 줄어드는 보장에 당황했다. 무엇보다 가입당시에 안내받지 못 한데 분노한 데 따른 결정이다.